나의 이야기

고향의 정( 情 )보따리....

쉰세대 2023. 12. 24. 23:24

어머님이 고향에 계실 때는 일 년에 몇 번씩 내려가 
어머니도 뵙고 남편은 고향친구들과 놀다 오고 했는데
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시고 온 뒤로는 봄 에는 동창회 때 가고
가을에는 시제 지내러 정기적으로 일 년에 두 번 내려갔는데
코로나 발병하고는 고향에 시제 지내러 가도 시제만 지내고
아무도 안 만나고 올라오고
동창회도 안 하니 봄에는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다 어머니 돌아가실 때는 코로나로 돌아가셨기에
어머니 장례식때는 사람들이 문상을 오지 못하고 
아주 쓸쓸하고 간소하게 치르고 왔다.
그게 너무 아쉬워 작년 시제 때 우리 아이들 모두 다 함께 내려가기도 하였다.
올해는 큰 아들만 내려왔다.
고향에는  먼 친척 아저씨내외분만 계시고 모두 빈집들이고
남편 친구분들도 편찮으시고 돌아가시기도 하여 
동창회도 끝낸다고 한다.

안양에서 사업을 하시다 고향에 멋진 집을 지어 귀향하신 남편 친구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재작년에 돌아가셨고 그 부인은 건강이 좋지 않아

자녀들이 있는 안양으로 이사했는데

마침 시골로 내려와 있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아래의 감과 찹쌀을 한 봉지 주신다.

이 부인과 나랑 모임을 20년 넘게 해서 친구처럼 안부 주고받으며 지낸다.

지난번 "고향에서 편"에서 이야기했듯이 감이 많기도 했지만 모양도 별로라

식초를 담기로 했다.

감이 너무 익기도 하고 물러서 물로 씻을 수가 없어

행주로 몇 번씩 닦아 항아리에 담고 비닐로 덮고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이쑤시개로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면 보자기로 덮고

시원한 뒷 베란다에 두었다.

 

그리고 떯고 단단한 감은 깎아 감말랭이 하기 위해 옥탑방에 널어두었다.

 

고향집을 관리해 주는 이종 시동생이 배추 한 포기를 주었는데

배추가 어찌나 크던지 한 포기 담았는데 

김치가 이렇게 많다.

그리고 직접 농사지은 서리태를 한 봉지 준다.

 

옆집에 살면서 큰댁 집을 관리해 주는 분이 무를 많이 줘서

썰어 말려 무말랭이 만들어 볶아 물 끓일 때 넣으려고 옥상에서 말린다.

 

 

이 분이 단풍 든 깻잎 삭힌걸 두 묶음 주신다.

반나절 물에 우려 소금 간을 빼고 잘 씻어 꼭 짰다.

 

 

멸치 대가리와 무와 다시마와 북어 대가리로 육수를 낸 물에

갖은양념을 했다.

양념에 깻잎 2장씩을 담궈 양념을 골고루 묻혔다.

 

 

완성된 단풍 깻잎 장아찌.

남편은 이런 옛날 반찬을 좋아한다.

단풍 든 깻잎 장아찌는 처음 만들어 봤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단풍 든 콩잎으로 이렇게 장아지를 담는다.

 

 

남편이 친구집 가더니 모과 한 개를 가지고 와서

자동차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이제 차가 없으니 모과차를 만들려고 한다.

집에는 3년 전에 만든 모과차가 있어 올해는 안 만들려고 했다.

 

모과차 담을 유리병을 끓는 물에 열탕 소독을 하고....

모과가 어찌나 크던지 무게를 달아보니 800g이 넘는다.  

 

모과는 육질이 단단하여 칼로 채 썰기가 어렵고 힘든다.

그래서 채칼로 미는데 아주 잘 썰어진다.

맨 처음 만들 때는 칼로 썰었더니 엄청 힘들었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 줄 모르고....

 

설탕과 꿀을 반반 넣고 

모과는 수분이 적어 설탕이나 꿀을 넣고

한나절 두었더니 이렇게 물이 나왔다.

 

옥상에서 농사지은 생강과 재작년에 딴 대추를 준비하여 

채를 썰었다. 

 

모과가 커서 스파게티 소스병 두개와 작은 병 한 개 가 된다.

스파게티 상표를 아무래도 안 떨어져 그냥 담았더니 지저분해 보인다.

큰 병은 아이들 한병씩 나누어주었다.

 

지난번 "고향에서 편"에서 자랑한 친척 아주머니가 주신 쌀 한 자루.

우리 자동차에 고향에서 받은 이런 물건을 싣고 오다

사고가 났으니 숙소 갈 때는 동생들 차에 싣고 가서 

서울 올 때는 렌트해 준 차에 싣고 왔다.

 

생 식물일 때는 아주 많았는데 마르고 나니 작아 보인다.

 

고향에는 언제 가도 반갑게 맞이해 주고

다들 무엇이라도 하나 더 챙겨주시려고 하신다.

많은 정을 받고 오면 오래 동안 고마운 마음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