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음식들.... 30

옥상에서 농사지은 채소로 만든 60년대 음식들....

불같은 햇볕이 이글거리던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저녁 떨어지는 기온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초가을. 남편이 옥상에서 채소들을 걷어 들인다. 남편이 모종 심고 물 주고 신경 쓰고 농사 지었으니 그 채소로 남편이 좋아하는 60년대 음식을 만들었다. 고구마를 캘 때 순을 땄는데 영양 부족인지 고구마 순이 너무 가늘다. 껍질 까기가 힘들어 버릴까 하다 아까운 생각이 들어 껍질을 깠다. 남편은 음식을 기름에 볶는 거보다 무침을 더 좋아한다. 제목에도 말 했듯이 완전 60년대 양념도 귀할 때 음식이 본연의 맛이라며 더 좋아한다. 껍질 깐 고구마 순을 살짝 데쳐서 김치처럼 양념을 했다. 사진으로 보니 미나리 김치같이 보인다. 고춧대를 뽑고 고추를 땄다. 매운 것과 안 매운 것, 그리고 작은 고추를 골랐다. 안 매운 풋고..

감자 한 박스....

남편의 초등학교 동기 부인이 감자를 한 박스 보내왔다. 이 분은 안양에 살다 고향으로 귀향하신 분인데 산청과 합천 경계인 곳에 아주 멋진 집을 지어 내려가신 지 거의 십 년쯤 된다. 남편의 동창생 부인이지만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부인들끼리 모임을 거의 15년 정도로 하였기에 나하고도 친구인 셈이다. 그런데 남편의 동창생인 남편이 작년에 돌아가시고 혼자 고향에 계시는 데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 그래서 서울에 사는 아들과 딸 집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다. 원래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논 밭이 많아 모두 남에게 소작을 주었는데 이번 감자를 보낸 것도 밭을 빌려 농사를 짓는 사람이 감자 농사를 지었다니까 우리 집에 보내주라고 주소를 준 모양이다. 박스를 열어보니 홍감자이다. 그런데 크기가 너무 작아 뭘 해야 될지 ..

봄에 만든 더덕과 도라지 고추장 무침,..

대문 안 주차장옆 이웃집과 경계 벽아래 아주 좁은 화단이 있다. 3년 전 그곳에 더덕과 도라지를 심었고 재작년에는 아스파라거스 씨앗을 심었다가 아스파라거스 뿌리를 파서 옥상으로 옮겨 심었다. 그런데 작년에 1층으로 이사 온 분이 꽃을 좋아하는지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꽃모종을 자꾸만 심는다. 처음에는 좀 괘심 하였는데 얼마나 꽃을 심고 싶었으면 그럴까 하고 올해는 꽃모종 심기 전에 도라지와 더덕 일부를 캤다. 도라지가 제법 튼실하고 크다. 이때가 3월이었는데 벌써 땅속에서 새순이 올라 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덕도 제법 통통하다. 그런데 작년에 1층 사람이 꽃모종을 심느라 파 헤쳐서 인지 도라지나 더덕이 몇 뿌리 되지 않는다. 도라지나 더덕이나 한 가지로는 반찬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양이 적었다. 그..

냉동 조기로 추어탕처럼....

지난 설날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곡에 사는 조카가 자기네 집 근처에 있는 농수산물 센터에서 산 각종 생선 한 박스를 선물로 가지고 왔다. 조기도 있고 갈치도 있고 참돔도 들어있다. 갈치와 참돔은 구워서 먹었는데 조기는 깜빡 잊고 있었다. 냉동실을 정리하다 발견한 조기를 뭘 할까 생각하다 추어탕처럼 국을 끓이기로 했다. 조기가 상당히 크다. 26Cm의 냄비에 꽉 찬다. 미리 손질을 하여 냉동고에 보관하였기에 흐르는 물에 한 번 헹구어주기만 했다. 불에 올려 푹 익혀서 잠시 식힌다. 생선을 끓이고 식힐 때까지 국에 들어갈 채소 등을 준비를 한다. 작년 가을 옥상에서 농사지은 거 삶아 냉동실에 보관했던 배추를 꺼내 이것도 한번 씻어 썬다. 썬 배추에 고춧가루와 마늘, 그리고 국간장으로 미리 양념을 무..

아스파라거스로 엉터리 음식을 만들다.

재작년에 씨 뿌린 아스파라거스가 올해 처음으로 수확했다고 지난 3월에 이곳에 자랑을 했었다. 이제는 어떻게 음식을 해서 먹었는지 보고를 해야겠다. ( 누구에게???.) 3년 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튼실하고 예쁜 아스파라거스 2촉이 올라왔다. 일단 두 개를 첫 수확을 했다.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쑥쑥 올라온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우후죽순"이 아니고 "우후아스파라거스"다. 내가 제일 처음 먹어본 아스파라거스는 이렇게 해서 먹었다. 24년 전 미국에 사는 친구 아들 결혼식 참석하러 갔는데 친구가 모양도 이름도 생소한 이 걸 사 와서 끓는 물에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특별하게 맛이 있는 건 아닌데 한국에 와서 이맛을 잊지 못해 구입하려고 해도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는 보이지 않는다. 20년 전 사촌 시동..

머위 줄기 들깨 찜..

김해 사는 형님이 텃밭에서 농사지은 상추, 치커리, 머위잎, 무말랭이를 택배로 보내 주셨다. 상추, 치커리는 며칠을 쌈을 싸 먹고 머위도 잎은 쪄서 쌈 사 먹고 줄기가 아주 길고 통통해서 시골에서 해 먹는 방법으로 들깨가루를 넣고 국물이 자작한 찜을 만들기로 했다. 머위줄기 껍질을 벗기려면 손가락과 손바닥에 머위 물이 들기에 일회용 장갑을 끼고 해야한다. 머위물이 손바닥이나 손톱에 들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껍질을 깐 줄기를 먹기. 좋게 자르고 방망이나 칼등으로 두들겨서 부드럽게 해야 하는데 깜빡 잊고 줄기를 칼로 쪼갰다. 바지락이나 조갯살을 넣으면 제맛이 나는데 조갯살 사러가기 싫어 조개살 대신 냉동실에 있는 간 소고기를 넣기로 했다. 양파 한 개를 채 썰고.. 양파를 썰때마다 무엇이 그리 슬픈지..

처음 만든 콩국수....

이 나이 되도록 콩국수를 한 번도 안 만들어봤다. 콩국수는 식당에서 사 먹거나 시장 두부 집에서 파는 콩물을 사 와서 국수 삶아 말아먹기만 했다. 콩물 하는 과정을 설명만 들어도 나는 자신이 없었다. 콩을 밤새 불려서 삶아서 콩껍질을 벗겨서 곱게 갈아서 체나 헝겊에 거른다고 말을 들었다. 그리고 한 번도 콩물을 만드는 걸 본 적이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가게를 하였으니 항상 바빠서 콩물을 만들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얼마 전 어머니 기일 지나고 청송 동생네 사과 과수원 갔을 때 올케가 점심으로 콩국수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올케가 콩물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보게 되었다. 물론 콩은 미리 삶아서 식혀 두었는데 콩껍질을 까지 않고 믹서기에 넣어 갈기에 물어보니 안 까도 곱게 갈면 된다고 한다. " ..

후라이드 치킨으로 육계장을 끓이다.

며칠 전 지인이 COSTCO에 가는데 함께 가자고 한다. 마침 어디로 운동 갈까 하는 중이었는데 잘 됐다 하며 양평동 코스트코를 운동 삼아 걸어서 갔다. 사실 나는 이곳에 잘 안 가게 된다. 식구가 두 명이니까 대용량으로 살 거도 없고 우리 동네 재래시장과 마트가 더 편하다. 쇼핑을 하던 중 지인이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사서 준다. 닭 한 마리가 어찌나 큰지 남편과 둘이서 먹고도 다리와 가슴살이 절반 이상 남았다. 다음에 또 먹기는 퍽퍽해서 싫고 육개장을 끓여야겠다. 닭다리와 가슴살에서 살만 발라내도 이렇게 많다. 뼈를 더 푹 끓여 육수를 내어 그 국물로 끓이려고 한다. 냉동실에 삶아 얼려두었던 고사리를 녹여서 고춧가루 등 양념과 조물조물 무치고 옥상에서 베어온 부추와 양파, 팽이버섯, 파, 그리고 ..

감 식초 뜨다.

재작년 (2020 년 ) 가을, 시댁 고향에 가니 주인도 없는 집에 감이 익어 주렁주렁 달려있다. 바구니를 들고 가서 따니 새들이 쪼아 먹은 것도 있고 나무에서 홍시가 되어 흘러내리는 것도 있다. 그중 상태가 좋은 것을 따서 왔는데 30%도 안된다. 며칠 있다 집에 와보니 홍시가 되었는데 그냥 먹을수가 없었다. 물행주로 몇번을 닦아 항아리에 넣고 비닐에 바늘구멍을 내어 덮고 또 그 위에 천으로 덮어 뒷베란다에 두고 깜빡 잊고 있었다. 며칠 전 생각이 나기에 열어보니 아주 숙성이 잘된 감식초가 되어있다. 이 항아리 뚜껑이 안 덮어질 정도였는데 다 삭아서 반 항아리도 안 된다. 채반에 고운 헝겊을 깔고 감을 올려놓았다. 식초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여 뒷 베란다에 두고 문을 닫아두었다. 천천히 내려오게 그냥 두..

재활용 무우 반찬 2가지....

지난 겨울초 시어머니 장례로 고향에 갔더니 친척 아주머니께서 손수 농사지은 무를 한 포대 주셨다. 무로 깍두기도 담고 국 끓이는데도 사용하였는데 겨울이 되니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생긴다. 목에 좋다는 무우꿀 저림을 하여 그 물을 마시면 효과가 있다는 유튜브를 보고 따라 했다. 무 생김새가 판매하는 거처럼 예쁘지 않고 울퉁불퉁한 게 못 생겼다. 무 껍질채 하면 더 좋다고 하는데 아무리 씻어도 깨끗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껍질을 벗겼다. 채칼로 썰어서 열 소독한 병에 담고 꿀을 무가 잠기도록 부었다. 한 달후 냉장고에서 꺼내보니 무에서 수분이 빠져 아래까지 내려가 있다. 무를 건져내고 물을 따랐더니 무가 수분이 별로 없어 물이 조금 나왔다. 제주 무는 수분이 많아 물이 많이 나올 거 같다. 먹어보니 꿀맛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