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이야기

117년 만에 온 폭설..선유도 공원에서( 11월 27일,)

쉰세대 2024. 11. 28. 01:04

며칠 전부터 폭설이 올 거라는 일기예보가 나온다.
설마 아직 11월이고 첫눈인데 폭설까지야 오겠어.
조금 오겠지.
너무 호들갑 뜨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다.
어젯밤에는 재난 문자까지 온다.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앞집 지붕에 눈이 제법 쌓여있다.
미국 시애틀 사는 친구와 첫눈이 오면 서로 전화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어
보이스 톡으로 첫눈 왔다는 전화를 하니
미국에서 뉴스 보고 먼저 알고 있었다며 전화 올 줄 알았다고 한다.
항상 시애틀이 눈이 먼저와 친구 전화를 받는데
이번에는 내가 먼저 전화하게 되었다.
 

창문에서 본 이웃집 지붕.

 

우리 옥상 풍경....

하얀 눈이 온갖 지저분 한걸 다 덮어 아주 깨끗하다.

복지관 가는 날인데 갈 수 있을까?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창문을 열고 아래로 보니
염화칼슘을 뿌렸는지 도로가 말짱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니 상당히 많이 왔다.
 

 복지관 앞 화단에 완전 목화송이처럼 눈이 얹혀있다.
집에서 이면 나오기가 엄두가 안 나는데
이미 밖에 나와있으니 집에 바로 가지 않고 
눈구경을 가고 싶다.
안양천으로 갈까?
파리 공원으로 갈까? 하며
버스 정류소에 왔는데 선유도 공원 가는 버스가 온다.
나도 모르게 올라탔다.
그래 선유도 공원 가라고 이 버스가 온 걸 거야...ㅎ
 

버스를 타고 오는 도중 눈이 엄청 많이와 앞이 안 보인다.
괜히 나섰나 하고 후회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다행이 눈이 멈쳤다.
선유도 공원을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내리니 좀 전 도로에서 본 풍경과 또 다른 풍경이다.
 

선유도 다리에서 본 눈꽃들....
위에서 보니 더 환상적이다.
나도 모르게 환호가 나온다.
 

눈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무 가지가 다리 위로 구부러져있다.
 

난간에 쌓인 눈높이가 7cm 정도가 되는 것 같다.
바람에 날아가기도 했을 거니 이미10cm 이상 내린 것 같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한강 공원.
 

선유도 공원은 모두 평지인데
이 다리만 아치형으로 만들어져 있어
미끄러질까 봐 겁이 난다.
옆 난간을 잡고 계단으로 조심 또 조심하면서....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눈을 치우던 분들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와~~~~~
이런 모습은 처음이야..
멋져! 멋져! 를 연발하며...
 

곳곳에 진사님들이 셔터를 누르고 있다.
 

좀 전 차를 타고 이동하시던 공원 관리하시는 분들이 
고맙게도 길에 눈을 치워주시고 갔다.
 

누가 눈사람을 만들어 두었다.
빨간 작업 장갑인걸 보니 공원 관리하시는 분이 만드신 것 같다.
 

빨간 단풍잎 위에 하얀 눈이 더 선명하게 예쁘다.
 

좀 전까지 흐리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구름이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불과 5분 사이에....
하늘이 마술 하는 것 같다.
 

돌거북이가 솜이불을 덮고 자는 모습이 되었다.
 

하늘이 개이고 해가 나타나니 눈이 녹아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작은 바람이 불 때마다 눈이 날리기에
동영상을 찍으려고 하니 
바람이 불지 않고 눈도 안 날린다.
 

빨간 산수유 열매에 하얀 눈이 쌓여있으니
빨간색이 더 선명하고 
보석처럼 예쁘다.
 

 

땅에는 지열이 있으니 눈이 녹았는데
사슴뿔처럼 생긴 나뭇가지는 눈이 그냥 있다.
 

선유도 공원 내 있는 < 카페 나루>
거의 두 시간을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슬슬 지치기도 하여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영업을 안 하다고 문이 굳게 닫혀있다.
 

의자나 벤치에나 그네에도 눈이 쌓여 앉을 곳이 없다.
 

 

 

2시간 전 이곳을 지날 때는 구름이 가려 여의도가 안 보였는데
지금은 선명하게 보인다.
둥근 지붕 안에서는 지금도 열심히 싸우고 있겠지....
 

 

지하철 타기 위해 선유도 역으로 와서 
목도 추기고 쉴 겸 커피가게로 들어왔다.
메가 커피에 < 할메가커피>라는 새로운 메뉴가 생겼네.
 

할메를 위한 커피인가?
난 할메니까 주문했더니 얼음이 들어있다..
커피믹스처럼 달달하고 고소하다.
난 커피믹스를 안 좋아하는데 피로해서 인지 맛있게 마셨다.
 

우리 집 앞 대추나무.
눈이 많이 녹아 가벼워 보인다.
 
저녁에 뉴스를 보니 오늘 온 눈이 기상대 생기고 처음으로
11월에 많이 온 눈이라고 한다.
선유도를 걷고 있는데 서울에 눈이 많이 왔다는 뉴스가 방송되니 
부산에 사는 올케언니가 미끄러우니 외출하지 말라는 당부의 전화를 하신다.
지금 선유도 공원에 왔다고 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한다..
아무튼 내가 본 설경 중에서 오늘이 최고로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