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니 남편은 옥상에서 가을걷이를 한다.
고구마를 캐고 땅콩도 캐고 고춧대도 뽑고....
옥상은 남편의 놀이터이기에 하루에 두 번씩 올라가
옥상 작물에게 문안 인사를 한다.
8월 어느 날,
많은 비가 오더니 서쪽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무지개가 떴을 거 같아 옥상으로 올라갔더니
예상대로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는 비 온 후 서쪽이 개이면서 햇빛이 나면
동쪽에 아직 덜 끝난 빗방울에 햇빛이 반사되어
물방울 입자가 프리즘처럼 작용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아침 서쪽의 무지개가 뜨면 빗방울이 서쪽에 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비가 보통 서쪽에서 동쪽으로 오기 때문에
아침 무지개가 뜨면 비 올 확률이 높기에 외출 시 우산을 챙겨야 한다,
무지개를 보면 기분이 참 좋다.
내가 사는 동네는 개인 빌라들이 많아 지붕들이 좀 어수선하다.
남편이 모종을 살 때 분명히 파프리카라고 샀는데
초록색으로 그냥 있어 피망인 줄 알고 실망했다.
그런데 오래 두니 색이 한 그루는 노란색으로 다른 한그루는 빨간색으로 변한다.
파프리카 맞다...
파프리카에 빗방울이 맺히니 빨간색이 더 선명하다.
색깔 별로 한 개씩 땄다.
고추가 빨갛게 익기 시작한다.
마른 고추로 말리기는 좀 이른 계절이지만 더는 나무에 둘 수가 없어 땄다.
먼저 딴 고추는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 고추가 없는 계절에 음식 할 때 사용한다.
다시 또 빨간 고추를 땄다.
이번에는 말리기로 하고 옥상에 빈 방에 방충망에 널었다.
아스파라거스의 씨앗이 영글어 색이 변하기 시작한다.
부추꽃과 생강잎,
부추꽃이 피니 예쁘다,
뒤쪽에 있는 건 생강잎이다.
올해 처음으로 생강을 심었다.
잎은 무성한데 생강이 얼마나 달렸을까 궁금하다.
전형적인 가을 하늘,
구름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예뻐서....
땅콩을 캐낸그릇에 열무를 심었다.
열무씨앗 심은 지 3일이 돼니 떡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9월 1일에 심은 배추가 3주일 되니 이렇게 자랐다.
쪽파가 제법 많이 자랐다.
남편이 고구마를 캔다며 고구마 순을 땄다.
두 박스의 줄기를 다 땄더니 제법 많은 데
너무 가늘어서 껍질 벗기기가 아주 힘들었다.
살짝 데쳐서 고구마 순 김치 담았다.
스티로폼 한 통에 고구마가 이만큼 나왔다.
이 통에 고구마 모종을 두 포기 심었는데
복잡해서 고구마가 많이 안 달렸나 보다 하며
내년에는 한통에 한 포기 심어야겠다고 말한다.
고구마 색이 선명하고 크기도 제법 크다.
고구마에 흙이 너무 많이 묻었다며 옥상 수도에서 씻고 있다.
스티로폼 박스 2개에 고구마를 이 만큼 수확했다.
저울에 무게를 달아보니 3.8Kg이었다.
땅콩 수확,
땅콩을 제법 많이 심었는데 비둘기와 참새가 파 먹기에
망을 덮어두었더니 잎만 무성하고 땅콩은 많지 않다.
고춧잎이 아직 싱싱하며 무성하고 고추도 열리고 있는데
고춧잎 싱싱할 때 먹기 위해 뽑고 있다.
매운 고추와 안 매운 고추를 분리하고 친구와 지인에게 조금씩
주기 위해 봉지에 담았다.
남편은 쪽파김치를 아주 좋아한다.
쪽파를 왜 벌써 뽑았냐고 하니 다시 한번 더 심으려고 뽑았다고 한다.
쪽파 이모작을 할 예정으로 또 쪽파씨를 심는다.
기온이 떨어지는 이 시기에 이모작이 될지 모르겠다.
쪽파 김치를 담기 위해 다듬어 씻었다.
배추가 제법 자라니 묶어두었다.
열무도 제법 많이 자랐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배추 모종을 두 번 심었는데 늦게 심은 배추가 어린데
벌써 벌레들이 먹기 시작하여 구멍이 났다.
먼저 심은 배추는 제법 크서인지 벌레가 없어 싱싱한데
자꾸만 하얀 나비가 날아온다.
배추흰나비가 알을 까면 그 알이 애벌레가 되어 배추를 먹으면
구멍이 생기고 먹을 수 없다.
아직은 농약을 치지 않았는데
과연 농약을 안 쳐도 될지 모르겠다.
열무 씨 뿌린 지 2주일이 되니 이렇게 소복하게 나와 그릇이 비좁다.
아스파라거스잎이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씨앗은 더욱 붉게 익어간다.
씨앗이 나무마다 다 여는 게 아니고 이 나무 한 포기에만 열렸다.
씨앗이 보석처럼 예쁘다.
하늘의 구름이 무지개색이 조금 있다.
아마 저 구름에 빗방울이 있나 보다.
옥상에서 캔 고구마를 며칠 숙성 시킨 뒤
점심으로 먹기 위해 찌고 있다.
찐 고구마와 토마토 주스와 포도로 점심으로 먹으려 한다.
남편은 밥 이외 이런 걸로 식사 대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자기가 심고 가꾸었으니 점심 식사를 고구마를 쪄서 먹자고
먼저 말한다.
남편은 호박 고구마를 싫어하고 밤 고구마를 좋아하니
고구마 모종 파는 분에게 밤고구마 모종을 달라고 했단다.
정말 밤고구마이다.
밤고구마를 먹으니 목이 멘다.
고구마는 원래 겨울에 시래기 된장국이나 김치와 먹으며
더 맛있다.
그래서 김치와 자색 양파 절임을 함께 먹기 위해 꺼냈다.
김치는 내가 담근 게 아니고 코스토코에서 산 종*집 김치인데
시판용 김치중에 우리 입맛에 제일 맞아 이 김치를 구입해서 먹는다.
두 번째 심은 쪽파가 올라오기는 하는데
내년 봄까지 얼지 않고 잘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땅콩 겉껍질을 제거했더니 작은 되 한 됫박 정도 나온 거 같다.
비둘기나 새들의 습격이 아니었다면 제법 많이 수확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씨알이 제법 굵다.
열무에 벌레가 생길 거 같아 다 뽑기로 했다.
이렇게 어린 열무 줄기가 어찌나 질긴지 겉절이 하니 먹을 수가 없다.
쪽파를 뽑아 내고 두 번째 심은 게 제법 자랐다.
아쉬운 대로 양념장에 사용할 수 있겠다.
처음에 심었던 쪽파를 지난번 뽑아 쪽파 김치 담고
이것은 씨 하려고 그냥 두었더니 많이 자랐는데
날씨가 추워지니 잎 색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한다.
고구마 캔 박스에 시금치 씨앗을 뿌렸는데 아직 어리다.
시금치는 노지에서 월동을 하는 식물이지만
토심이 얂은 박스이고 옥상이라 추위를 견뎌낼지 모르겠다.
아주 추우면 보온을 해야 할 것 같다.
남편이 쪽파 씨 사러 갔을 때 모종 가게 주인이 서비스로 준 상추,
제법 많이 자라 어제저녁 고기쌈 먹기 위해 몇 잎 뜯었다.
추워서 그런지 잎이 아주 딱딱하다.
배추가 속은 들지 않아도 엄청 크게 자랐다.
배추흰나비들이 자꾸만 날아온다.
봄에 부추가 너무 엉성하게 올라오니 남편이 뿌리 키운다며
못 뜯게 하여 한 번 베고 그냥 두었더니
엄청 번지기도 하고 많이 자라기도 했는데
두 박스에 있는 걸 다 베어 가지고 내려온다.
지인과 나눔 하고 우리는 부추 나물을 했다.
옥상에서 본 저녁노을....
어느덧 가을은 깊어지고 해가 짧아져 6시만 되면 노을이 물든다.
가을은 선선하여 땀이 안 나서 좋고
걷기도 좋은 계절인데 해가 짧아서 그건 싫다.
한로도 지나고 본격적인 가을이다.
우리 옥상의 가을 풍경은 그런대로 볼 만한데
얼마 후 겨울이 오면 참 을씨년스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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