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다가 보고 싶은 날....( 10월 18일,)

쉰세대 2023. 10. 29. 23:40

바다가 보고 싶다.
푸른 바닷물이 철썩이며 바위에 부딪히고
멀리 수평선에는 점처럼 보이는 배가 지나가고
하얀 파도가 모래톱을 들락거리는 그런 바다,
올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에 가서 발도 한 번 못 담갔다.
친구에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니 자기와 같이 가잔다.
약속한 날짜 약속한 장소 김포 공항의 인천 공항으로 가는 곳에 가니 친구가 없다.
항상 먼저와 기다리는 친구인데....
5분이 지났기에 카톡을 보냈는데 답도 없고 읽지도 않는다.
10분 후 전화를 하니 끊어질 때쯤 전화받는다.
왜 안 오느냐고 하니 오늘이 병원 예약 한 날인데
깜빡 잊고 나와 약속을 했단다.
그럼 전화는 왜 안 하느냐고 하니 정신없이 병원 가느라고 못 했단다.
이걸 어째....
난 지금 공항 열차 타는 김포 공항역 플렛 홈인데....
 

이곳까지 와서 집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일단 공항열차를 탔다.
공항 열차에는 여행객들이 여행 가방을 끌고 공항 열차에 제법 많이 탔다.
부러워라....

외국인 아가씨 두 명이 큰 여행가방을 이렇게 앞에 두고

경로석에 앉아있다.

내가 옆에 앉아 그 외국인에게 이 좌석은 젊은 사람이 앉는 곳이 아니니

다음에는 앉지 마라고 폰의 번역기를 보여주며

경로석의 그림을 손으로 가리켰더니 알겠다고 한다.

다음 정류장에서 나이 드신 분이 타시기에 외국인에게 

손짓을 하였더니 일어선다.

경로석에 있는 그림을 못 보고 앉은 모양이다.

그리고 외국에는 이런 자리가 없을 것이니 몰랐을 것이다.

역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인천 공항 못 가서 운서역에 내렸다.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갈 예정이었다.
몇 년 전 코로나 시절에 을왕리 해수욕장에 가려면

인천 공항에서 용유도 까지 가는 자기 부상열차가 있다고 해서 왔더니
코로나로 자기 부상열차가 출퇴근 시간만 운행하고

낮시간은 안 다닌다고 해서
버스 타고 을왕리까지 갔었다.
근데 지금은 자기 부상열차가 아예 안 다닌다고 해서 운서역에서 버스 탈 예정이다.
  

선녀 바위 해수욕장 간다기에 204번 버스를 탔더니

이 버스는 엄청 둘러가는 노선이다.
가는 도중 삼목항도 지나가고 제2 여객 터미널도 지나간다.
 

제2 여객 터미널은 아직도 공사 중인 곳이 있다.
지붕이 엄청 긴데 열차 같이 생겼다.
 

버스 타고 거의 1시간 만에 선녀 바위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몇 년 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이곳으로 걸어왔었다.
이번에는 역 방향이다.
왜냐하면 버스가 이곳으로 올 때는 선녀 바위 해수욕장에 세우는데
갈 때는 이 해수욕장은 안 세우고 을왕리까지 나와야 한다고 해서 이곳에서 하차했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멀리 선녀바위가 보인다.

멀리서 볼 때는 그런대로 치마 입은 여자 모양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여인 모습이 아니다.

해안 바닥이 모래가 아니고 온통 조개껍데기이다.
깨끗하고 예쁘다.

밟으니 사각 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한다.

 

선녀바위 옆에 있는 다른 바위...

물 빠진 바위틈에 뭐가 있는지 통을 들고 무엇을 잡고 있다.

 

날씨가 흐려 수평선이 뚜렷하지 않아 별로이다.

 

친구와 내가 자기 먹을 걸 딱 1인분만 준비해서 오기로 했다.

왜냐하면 해안가 걷는 도중에는 먹을만한 식당이 없고

도착해서 걷기 전 식당에서 먹기는 점심시간이 이르고

다 걷고 먹기는 너무 늦으니 걷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파도 소리 들으며 먹자고 했다.

친구 기다리고 버스 잘못 타서 시간 낭비하였더니
거의 점심때가 되었다.
내가 준비한 쑥 인절미와 피칸파이와 포도와 토마토 주스..
선녀 바위 옆에서 먹었다.

바위에 조개껍데기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썰물로 물이 빠지며 생긴 모래톱..
물결무늬가 예술이다.

물 빠진 모래톱에 갈매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려고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물건만 있다.

한참을 기다려도 사람이 안 오기에 살펴보니

옆 가게 편의점으로 오라는 문구가 있다.

커피 한잔을 시켰더니 커피를 들고 3층으로 올라가라며

엘리베이터로 안내해 준다.

 

엘리베이터 문을 나서니 멋진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나 이외 손님이 아무도 없다.

비수기이고 주중이라 손님이 없는 모양인데

아무리 그렇지 이 큰 카페에 손님이 한 사람도 없을 수가 있나 싶다.

카페 사장님도 속 상하겠다.

 

 

카페에서 바라본 풍경.

산녀 바위가 보인고

 

멀리 인천 대교도 보인다.

화장실 이용하려고 카페에 들어왔는데 카페 바로 아래 화장실이 있었다.

사진 오른쪽 빨간 지붕이 화장실이다.

 

바다에 왔는데 날씨가 흐리고 바닷물도 흐리다.

내가 보고 싶은 바다는 이런 바다가 아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 있으려니 괜히 미안하고 재미가 없어

커피만 마시고 나왔다.

 

해안길 입구에 전망대가 있기에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내가 방금 커피 마신 카페 SEE THE SEA가 보인다.

 

어느 연인이 만들었는지 조개껍데기로 하트를 만들었네.

그 사랑 영원하기를 기원해 본다.

 

본격적으로 해안 길을 걷는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 입구에는 알림판이 있는데 고립될 수 있으니

큐알 코드로 바다 수위를 확인하라는 안내가 있는데

지금은 안전하겠기에 큐알 코드로 확인하지 않고 올라갔다.

 

중간에 사진 찍기 좋은 곳에 액자모양의 시설물이 있다.

멀리 인천 대교가 보이고 경치가 좋다.

 

경치는 좋은데 하늘이 흐리고 바닷물도 흐려 마음까지 흐리다.

 

가끔 여귀가 무더기로 피어있다.

 

기대어 쉴 수 있는 의자가 있고 평상도 있다.

친구와 제시간에 왔으면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을 것이다.

 

바위 모양이 동물이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머리도 있고 눈과 입도 있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ㅎㅎ

 

지난번에 왔을 때는 공사 중이었는데 짧은 출렁다리가 완성되어 있다.

 

다리는 짧지만 제법 출렁거려 재미있다.

 

해안 길이 야자 매트 깔린 곳도 있고 흙길도 있어

나는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걸었다.

옛날 어려운 시절에 신발 닳을까 신발 벗고 걷다

사람이 오면 신발을 신었다는 어디서 본 글이 생각난다.

 

중간중간 야생화가 피어있는 데 이름은 모르는 야생화들이다.

 

 

아래에 바위가 있는지 이곳을 지나는 데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간간이 불어 억새도 나부끼고....

 

어느덧 눈앞에 을왕리 해수욕장이 보인다.

선녀 바위 해수욕장에서 을왕리 해수욕장까지 해안길 2Km라고 적혀있었다.

빠른 걸음을 걸었다면 30~40분이면 충분했을 텐데

맨발로 천천히 걸어며 사진 찍고 노닥 거렸더니 2시간이 소요되었다.

 

밀물로 빠졌던 물이 썰물이 되어 들어오고 있다.

 

바위에 단풍이 들기 시작한 담쟁이가 예쁘다.

 

밀물로 물이 들어오니 바닷물이 더 우중충하다.

물이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비는 오지 않아 다행인데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내가 보고 싶은 바다는 이런 모습이 아니다.

제주도 서귀포 바다와 부산 이기대 바다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노란 새우튀김이 먹음직스럽다.

이곳까지 왔으니 먹고 가야지...

 

새우튀김 5마리를 사서 소나무 아래 벤치에서 먹으며 앉아있는 

나 자신이 갑자기 초라하고 쓸쓸하다.

 

소나무 아래 앉아 바다를 바라보니 해가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붉은 노을이 바닷물에 반사되니 멋있다.

 

날씨가 흐려 해가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나는 해가 바다에 들어가는 걸 보지 못하고 일어서야 했다.

왜냐하면 버스가 1시간에 한번 오는 데 

내릴 때 기사님께 물어보니 5시 40분에 이곳 정류장에 오는 데

5시 35분까지 버스 정류장에 나와 있으라고 하셨다.

 

여름이었으면 발 디딜 틈 없이 해수욕객들이 많았을 텐데

이 계절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한산하다.

난 이렇게 조용한 이 계절 바다가 좋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을 테고 겨울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워서 싫고 지금이 딱 좋다.

잠시 후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니 해가 구름에 완전히 들어 가 버렸다.

하늘이 더 맑고 푸러었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쉬운 바다 구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