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2년,옥상 가을 걷이..

쉰세대 2023. 2. 10. 23:23

이 집으로 이사 온 후 옥상이 비어 있는 게 아까워
스티로폼과 화분에 해마다 여러 가지 작물을 심는다.
어느 해는 작물이 내가 놀랄 정도로 잘 되어 기쁨도 주고
지인들과 나눔도 하고
어느 해는 흉작이 되어 수도 요금과 모종 값도 안 나올 때도 있다.

고구마를 일부러 심은 것은 아니고
고구마를 씻을 때 끝부분을 잘라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스티로폼에 묻어 두었는데 싹이 나고 잎이 나더니
여름에 줄기를 한번 뜯어 볶아 먹고 두었다.

 

대박 !!!!
혹시나 하고 파 보았더니 이렇게 예쁘고
제법 큰 고구마가 달려있다

스티로폼 하나에 이렇게 나왔다.
이건 완전 불로소득이다.
에어 프라이 펜에 구웠더니 정말 맛있다.
올봄에는 제대로 심어봐야겠다.


여름에 오이를 심었던 곳에 오이 넝쿨을 걷어내고
배추 모종을 심었다.

 

재작년에 배추 모종에 약을 치지 않았더니
벌레가 다 먹어 망사치마처럼 생겨 속상했는데
올해는 남편이 약을 뿌렸더니 배추가 좀 크게 자랐다.

 

배추를 잘라보니 노랗게 속이 차있다.
생긴 모양은 생으로 쌈 싸서 먹으면 딱 좋게 생겼다.
약은 이 배추가 어릴 적에 뿌렸지만 날것으로 먹기가 싫다.
사실
시중에 판매되는 채소는 모두 약을 쳤기에 그렇게
싱싱하고 잘 자랄 수 있는걸 우리가 채소를 심어 보고 알았다.
특히 배추에 나비가 날아와서 알을 까니 더 심하다.
오즉하면 나비 이름이 배추흰나비일까?
모종에 나비가 알을 까지 못하게 양파망을 씌워 봤는데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삶아
씻고 또 씻어 물에 담겨 놓아두기도 했다.

 

 

봉지에 나누어 넣어 냉동실에 두었다.
이렇게 채소를 심어보니 무농약 채소라는 말이 신뢰가 안 간다.
도심 옥상 위에 몇 포기 안 되는 곳에도 이렇게 해충이 생겨
채소를 다 뜯어 먹으니
농사를 많이 짓는 곳은 어떨지 상상이 된다.

 

얼기 전에 마지막으로 뜯은 상추,
신기하게도 상추에는 해충이 오지 않는다.

 

올해는 호박이 잘 안 되어 이것 하나만 수확을 했다.
크기도 아주 작다.
그리고 애호박도 몇 개 못 땄다.
호박농사는 정말 실농했다.

 

재작년에 어디서 왔는지 결명자 한 포기가 자라더니
올해는 여러 포기가 자라 이만큼 땄다.

 

껍질을 깠더니 제법 실하게 여물었다.

 

우리는 결명자 차를 먹은 지가 거의 40년 가까이 된다.
항상 결명자를 넣고 끓여서 먹는 데 생수나 정수기 물을 먹으면
싱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결명자는 눈에 좋다고 하는데
나와 남편은 결명자 덕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아직 돋보기를 쓰지 않는다.

 

땅콩을 해마다 심는데 올해는 유별나게 비둘기들이 다 파먹는다.
그래서 땅콩을 심어 옥탑방에 두었다 싹이 나오면 화분으로 옮겨 심었는데
싹 아래 땅콩도 비둘기가 빼먹어 살아있는 땅콩이 이것밖에 없다.

 

다른 해에 비해 1/10도 안된다.
수확이 많은 다른 해는 아이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는데
올해는 양이 너무 적어 볶아두었다 아이들이 오면 맛만 보여줘야겠다.

단독 주택에 옥상이 있으니 나와 남편의 소일거리가 되기도 하고
반찬거리도 되어주기도 해서 재미는 있는데
집을 비우고 여행을 갈 때는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옥상에 올라와 보면 다른 집은 이렇게 활용을 안 하다.
우리가 좀 극성인가 보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