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니 시장이나 마트에 주황색 감들이 많이 나왔다.
가을에 감을 보면 외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나의 외갓집은 씨 없는 감, " 반시"가 유명한 청도이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다음 해 추석에 외갓집에 갔는데
외할머니께서 아버지 없는 외손녀가 왔으니 마음이 안쓰러워
나를 잡고 많이 우셨다.
그리고는 밖에 나가시더니 감나무에서 익은 홍시를 따 오셔서
친손주들 안 볼 때 나에게 몰래 건네주셨다.
외할머니께서 내가 얼마나 안쓰럽고 불쌍하셨을까?
그 당시 시골에 먹을 게 없던 시절이라 홍시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으셨던
외할머니 마음이 어린 마음에도 참 고마웠다.
나훈아의 "홍시"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외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코끝이 찡하였다.
그때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홍시였다.
오빠의 지인 분이 청도에서 농사를 짓는 분이 계시는데
가을에 고구마를 팔아 드렸더니 고맙다며 감 한 박스를 보내주셨다.
7일 후 개봉하라고 적혀있다.
박스를 뜯지 않고 울릉도 다녀와서 뜯어보니 홍시가 되어있다.
또 다른 지인이 시댁이 청도인데 해마다 시댁 가서 시부모님을 도와
감을 따서 판매를 하고 택배로 보내기도 한다.
판매하기 좀 어려운 알뜰 감을 한 박스 보내왔다.
감 말랭이 만들기 위해 세척하여 껍질을 깎아 4등분으로 잘랐다.
남편에게 옥탑방으로 올려다 줄걸 부탁했더니
이렇게 줄 맞추어 잘 늘어 두었네.
옥탑방 창가 햇볕 잘 드는 곳에 늘어놓았다.
약 열흘 후 적당히 말랐다.
너무 마르면 딱딱하고 안 마르면 물컹거리고....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여 두고
홍시부터 먼저 먹고 이것은 겨우내 간식으로 먹을 것이다.
고향에 갔을 때 삼가 시장에서 이 감을 보고 남편이 사겠다고 해서
집에 감이 많이 있다고 말렸었다.
오는 날 가회 중학교 앞에서 가게를 하시는 남편 친구분 집에서
결국 감을 또 샀다.
고향에서 집으로 온 후 이틀 동안 바쁜 일이 있어 감 상자를 못 열어 봤는데
삼일째 되는 날 박스를 열어보니 감 상태가 그냥 먹기는 싫을 정도로 좋지 않다.
그래서 감 식초를 만들기 위해
깨끗이 씻어 항아리에 넣었다.
재작년에 담근 감 식초를 올봄에 떴는데 너무 맛있게 잘 되었기에
또다시 감식초를 만들기로 했다.
감을 항아리에 넣고 비닐을 덮은 뒤
이쑤시개로 구멍을 퐁퐁 몇 군데 뚫었다.
공기구멍....
비닐 위에 면 보자기를 씌웠다.
그냥 면 보자기를 씌우면 초파리가 생기기 때문에
비닐을 먼저 덮고 구멍을 낸 후 면 보자기를 씌웠다.
날짜를 써 부치고 베란다 한쪽에 두고 방치했다가
내 후년에 뜰 예정이다.
올봄에 뜬 거처럼 맛있는 감식초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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