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느새 50년이 .....

쉰세대 2022. 1. 2. 23:22

세월이 유수 같다고도 하고 쏜살같이 간다고도 한다.

어느덧 50년이 되었네.

되돌아보면 아주 태곳적 일인 듯 생각도 안 나게 오랜 세월이 흐른 거 같기도 하고

어떤 날은 벌써? 하며 화들짝 놀라기도 하는 50년이다.

이 50년이 뭔가 하면 

부산의 어느 아가씨가 서울의 어느 총각과 혼인을 하여 함께 살아온 날이다.

 

1971년 어느 일요일,

부산 부전동에 사시는 종 이모님 (친정어머니의 사촌언니 )이 당신 생신이라고

이모집 육촌동생이 어머니와 나를 집으로 청하는 심부름을 왔다.

그때는 전화가 없을 때여서 동생이 와야만 했다.

뭔가 이상했다,

그 당시에는 여자의 생일이라고 손님을 청하는 때가 아닌데 

뜬금없이 초대하기에 어머니를 모시고 이모님 댁을 방문을 했다.

이모님 댁 방에서 어머니와 이모님이 이야기를 나누시는데

문이 열리며 두루마기를 입은 할아버지와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알고 보니 이모님과 그 할아버지의 주선으로 맞선을 보는 자리였다.

나의 외가댁이 "固成 李氏"이신데 

이모님과 대문을 마주 보고 사시는 그 할아버지도 같은"固成 李氏"인데 파는 달라도 

이모님과 친척이라고 아주 잘 지내시는 사이였는데

그 할아버지가 조카 이야기를 하시니까

나의 이모님도 이질녀인 나의 이야기를 하셨더니

한번 보게 하자고 해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조카를 부산까지 오게 하였다고 한다.

어른들 틈에서 우리는 따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했어니 서로를 알 수가 없었는데

내일 서울로 떠나는데 고속버스 정거장에 좀 나와달리는 부탁을 하기에

이튿날 가벼운 마음으로 지금 미국에 사는 친구와 나갔다.

 

그러고는 아무 연락도 없었고 나도 관심도 없이 한 달 정도 지나갔다.

그러든 어느 날 느닷없이 그 할아버지가 사주단자를 가지고 우리 집에 오셨다.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기절하는 줄 알았다.

 우리 집에 아무런 언질도 없었고 나에게 한마디 의향도 물어보지 않고

사주단자를 가지고 오셨어니...

당사자인 나에게 한마디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남자 쪽에서는 자기들 마음에 들면 여자의 의견은 없어도 된다는 식이었다.

총각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댁에서는 합천 시골에서 아주 유교사상과 봉건적인 생각으로 사시는 집안이었다.

나는 그 사주단자를 돌려보냈다.

그러니 그 집안에서는 난리가 났었나 보다.

젊은 총각이 어떻게 주소를 알았는지 편지를 사흘이 멀다 하고 보내고....

 내가 답장을 안 하니 다시 부산으로 내려왔다.

 

어머니는 그 사람이 어디가 마음에 드셨는지 매일 나를 설득을 하시고 

급기야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눈물을 보이셨다.

( 아마 같은 고성 이 씨라서 좋아 보였나 보다.)

고생 시리 키웠더니 지 맘대로 하려고 하고

설마 어미가 딸 잘못되라고 시집가라고 하겠느냐며....

이렇게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아!

그 할아버지는 나의 시삼촌 ( 시숙부)이 되셨다.

 

1972년 1월 2일. 2시.

부산 서면 로터리에 있는 월세계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1월 4일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이때 우리는 소위 말하는 신식 결혼식을 올렸는데

여태까지 이 집안에서는 모두 구식으로 (요즘은 전통혼례라고 하지만 )

결혼식을 했다.

나보다 일 년 먼저 결혼한 나의 시누이도 집 마당에서 구식 결혼식을 했고

집안 동서들도 모두 구식 결혼식을 했단다.

나 보다 3년 먼저 결혼한  사촌동서는 서로 얼굴도 모른 채 결혼했다고 한다.

그만큼 봉건적인 생각으로 사는 집안이다.

 

1978년. 1월.

작은 아들 백일 즈음 사진인데 

나는 백일 사진을 찍자고 하고 남편은 찍지 말자고 해서 어른 두 사람은 볼이 부어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나 네 사람이 되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아들들이 자라서 가정을 이루고..

아들들이 가정을 이루고 손녀 손자가 태어나니 

열 사람이 되었다.

 

2016년 1월 2일,

마침 일요일이어서 모두 한지리에 모일 수 있어 

가족사진을 찍기로 계획을 하고 예약을 했다.

이 날이 44년 되는 날이기도 하고

얼마 전에 내 나이 70세 가 지나갔기에 겸사겸사 찍었다.

 

결혼 당시 신혼살림을 직장이 가까운 아현동에서 단칸 전세방에 살았는데

그 당시에는 전세 계약 기간이 6개월이었고 겨울에 큰아이 출산을 하게 되면

방이 너무 작아 이사를 나왔다.

공덕동으로 또다시 아현동으로 갔는데

어느 날 시이모님 댁을 방문하고 온 남편이 화곡동에 잡들이 다 새집이고 깨끗하고

아현동 전셋값이면 훨씬 환경이 좋다고 화곡동으로 이사를 하자고 한다.

그땐 화곡동이 신흥주택단지로 집이 모두 지붕이 뾰쪽한 유럽풍이었다.

그래서 강 건너로 이사를 왔어 여태 이곳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1975년 12월 31일.

남편이 회사에 사표를 내고 왔다.

다니기도 지겹고 발전도 없을 거 같다며 입버릇처럼 하기에

그냥 해보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정말 연말을 기해 사표를 내고왔다.

뭐하려고 하느냐고 하니 장사를 하겠단다.

무슨 장사를 하려고 하느냐고 하니 방앗간이 하고 싶다고 한다.

워낙 봉건적인 집안이라 일가친척 중에 장사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장사 밑천이라고는 결혼할 때 결혼비용으로 다 써버리고 ( 시댁에서는 한 푼의 지원도 없었다)

결혼해서 아이 키우며 4년 동안 알뜰살뜰 모은 약간의 저축만 있었는데 참 어이가 없다.

장사 밑천도 없을 뿐 아니라 장사에 대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만한 사람도 없었다.

 

친정 큰 이모님 댁에 가서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마침 이모부님의 먼 친척분이 방산시장에서 방앗간을 하시는데

소개를 시켜주셨다.

그곳으로 일 배우러 다니는 3일째 되는 날

남편이 점퍼를 하나 사 달라고 한다.

일 배우러 다니는 사람이 양복을 입고 며칠을 갔더니

그 사장님이 어이없어하시면서

내일 올 때는 옷차림부터 바꾸어 오라고 하셨단다.

생각하니 나와 남편이 세상 물정을 몰라서 참 한심하였다.

 

그렇게 가게를 시작하여 34년을 한 곳에서 영업을 하였다.

가게를 하면서도 힘들고 발전이 없어 보인다고

남편은 금은방을 차리고 싶어 보석감정 학원을 다녀서 자격증도 따고

부동산 붐이 일 때는 부동산 중개업 자격증도 따고 했는데

이게 천직인지 다른 걸 하려고 하면 꼭 다른 일이 생겨서 방해를 한다.

그러다 2008년 12월 31일.

34년 만에 가게를 정리를 했다.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라서 모든 게 너무 달랐다.

성격과 생각이 참 많이 다른 우리 두 사람은 만 34년을 한 공간에서

 생활을 하였어니 의견 충돌도 많았고 힘이 들었다.

의견 충돌이 있어도 가게에서는 손님과 이웃의 시선 때문에 할 말 다 못하였고

집에 와서는 아이들이 있어니 참아야 하였고

그게 습관이 되고 생활이 되었다.

식성도 다르고 성격도 많이 다르고 생각도 많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묵언수행을 한다.

한 공간에 항상 함께 있으면 좋은 점도 있었겠지만

장점보다 서로 단점이 더 잘 보인다.

허긴 나만 이런 게 아니고 남편도  불편한 게 있어도

많이 참고 인내하며 살고 있겠지....

난 남편이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에 만나는 생활하는 사람이 부럽다.

 

어느덧 가게를 정리한 지 13년이 되어 지금은 편하게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고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아 수술도 여러 번 하고

마음먹고 하고 싶은걸 못하게 되어 속상할 때가 많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반백년을 함께 살고 있고 

내 나이는 벌써 꺾어진 150을 넘어 버렸다.

 

그러는 동안 아들들은 잘 성장하여 취직도 하고 평범하게 가정도 꾸려

손자 손녀들이 잘 자라는 모습이 활력소이고 보람을 이다.

얘들이 없었다면 무슨 기운으로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몇 년을 더 함께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서로 참 많이 참고 살았노라고 회상을 하겠지.

50년이 참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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