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음식들....

옥상에서 농사지은 채소로 만든 60년대 음식들....

쉰세대 2023. 10. 17. 23:10

불같은 햇볕이 이글거리던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저녁 떨어지는 기온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초가을.

남편이 옥상에서 채소들을 걷어 들인다.

남편이 모종 심고 물 주고 신경 쓰고 농사 지었으니

그 채소로 남편이 좋아하는 60년대 음식을 만들었다.

 

고구마를 캘 때 순을 땄는데 영양 부족인지 고구마 순이 너무 가늘다.

껍질 까기가 힘들어 버릴까 하다 아까운 생각이 들어 껍질을 깠다.

 

남편은 음식을 기름에 볶는 거보다 무침을 더 좋아한다.

제목에도 말 했듯이 완전 60년대 양념도 귀할 때

음식이 본연의 맛이라며 더 좋아한다.

껍질 깐 고구마 순을 살짝 데쳐서 김치처럼 양념을 했다.

사진으로 보니 미나리 김치같이 보인다.

 

고춧대를 뽑고 고추를 땄다.

매운 것과 안 매운 것, 그리고 작은 고추를 골랐다.

 

안 매운 풋고추를 멸치액젓으로 담았다.

풋고추를 이쑤시개로 아래쪽에 구멍을 내었다.

굵은 위쪽에 구멍을 내면 먹을 때 속에 있는

젓갈 물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가는 아래쪽에 뚫는다.

다른 건 필요 없고 멸치액젓과 생수를 1:1로 하고

변하지 않게 소주를 한 컵 정도 넣고 다시마 한쪽을 넣고 끓였다.

 

소독한 유리 꿀병에 담으니 수북하다.

눌림 돌로 눌려 놓았더니 잠시 후 병아래로 내려가 뚜껑을 덮을 수가 있다.

 

작은 골라 놓은 작은 고추 일부를 비닐봉지에 넣고

밀가루도 넣어 흔들어 밀가루를 골고루 묻혔다.

 

김이 오르는 찜솥에 보자기에 밀가루 입힌 고추를 넣고

한쪽 옆에는 작은 고추를 넣고 한 번에 쪘다.

 

알맞게 쪄진 작은 고추들.

 

밀가루 입혀 찐 작은 고추를 갖은양념을 넣고 무쳤다.

나도 오랜만이 이 반찬을 보니 친정어머니 생각이 난다.

 

밀가루 묻히지 않고 찐 고추는 집 간장에 마늘,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간장 고추를 만들었다.

이것도 어머니들이 생각나는 옛날 반찬...

작고 어린 고추로 두 가지 반찬이 완성되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쪽파 김치를 담기 위해 소금은 사용 안 하고

멸치 액젓으로 절여놓고 운동 나갔다.

 

운동하고 돌아오니 적당히 절여져서 김치를 담갔다.

사실 쪽파 다듬기 귀찮고 시간이 소비되어 그렇지

제일 쉬운 게 쪽파김치이다.

어린 쪽파라서 부드럽고 맛있다고 하네.

남편은 원래 쪽파 김치는 노랗게 익은 걸 좋아하는 데

이번 김치는 담자마자 밥 한 그릇을 뚝딱한다.

 

고춧잎이 조금일 때는 데쳐서 젓갈 넣고 무쳐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양이 좀 많기에 어떻게 할까 하며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대부분 소금물에 삭혀서 김치를 담는다고 한다.

나도 소금물에 삭히려고 하니 

남편 하는 말이 잘못 삭히면 냄새나고 제맛이 안 난다고 하기에

살짝 데쳐서 김치 양념을 하기로 했다.

 

대친 고춧잎 약간은 말리려고 채반에 널어 옥탑 방으로 가지고 가서 널어 놓았다.

다음 무 말랭이 무칠 때 사용할 예정이다.

 

살짝 데친 고춧잎을 갖은양념으로 골고루 무쳐니 

고춧잎 김치가 되었다.

 

작은 그릇은 저녁 반찬으로 먹을 거,

큰 그릇은 하룻밤 재워서 냉장고로 직행,

 

매운 고추와 붉은 고추를 풋고추가 필요할 때 먹기 위해 냉동실에 넣고

일부 매운 고추를 작은 멸치와 고추 다짐이를 만들기로 했다.

매운 고추도 잘게 다지면 덜 매워서 먹을 만하다.

 

작은 멸치와 매운 고추 잘게 다진 것을 기름을 살짝 두르고 볶다

집 간장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자작하게 졸이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짭쪼롬한 완전 밑 반찬이다.

 

중간 크기의 가지 4개를 땄다.

전에는 채반을 놓고 쪘는데 가지가 물컹거리는 식감이 싫다.

그래서 가지를 소금물에 절여서 물기를 제거 한 다음 채반에 올려 쪘다.

 

생으로 찌는 거보다 훨씬 쫄깃하다.

 

열무를 벌레가 뜯어먹기 시작해서 다 자라지도 않은 걸 모두 뽑았다.

 

그래서 삶아 나물을 무치기로 했다.

열무가 질길 거 같아 데치지 않고 삶았다.

식소다가 있으면 조금 넣었다면 부드러웠을 텐데

식소다가 없어 삶았다.

색이 변할 정도로 삶았는 데도 질기다.

 

질기지만 가지나물과 함께 추석 나물로 먹기로 했다.

시금치가 너무 비싸기에 청경채로 대신하고 

콩나물과 미국 친구가 보내준 고사리나물도 조금 삶아 함께하여

비빔밥을 해서 먹었다.

 

 

아주 어린 걸 겉절이 하였더니 아주 딱딱하다.

 

좀 큰 열무를 색이 완전히 누렇게 되도록 삶았다.

 

삶은 열무에 쌀 뜨물을 넣고 마늘 다진 거, 고춧가루, 된장과

멸치와 동전 육수를 넣고 

들깨 가루도 넉넉하게 넣고

양파, 대파, 그리고 매운 풋고추도 썰어 넣고

 

푹 끓여 된장 무잎 짜글이를 만들었더니

열무가 부드러워져 먹을 만하다.

한 번에 다 했더니 양이 많아 나누어 냉동실에 좀 넣어 두었다.

먹을 반찬이 없을 때를 위해 비상용으로....

 

부추가 너무 웃 자랐다.

부추가 시원찮게 나오니 남편이 자르지 말고 뿌리를 키우자고 해서

이렇게 크도록 키웠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니 잘라서 가지고 왔는데 데쳐서 나물로 먹었다.

 

올해 마지막으로 딴 가지 2개.

가지가 크지 않으니 이 2개로는 나물 하기가 적어서 부침을 하려고 한다.

 

풋고추나 덩어리가 있는 재료는 비닐봉지에 밀가루를 넣고

흔들면 시간 단축되고 골고루 무쳐져 편한데 이렇게 납작하게 썬 호박이나 가지는 

비닐봉지에 밀가루를 넣고 흔들어도 켜켜이 밀가루가 묻지 않아

한켜 한켜 놓고 채에 밀가루를 치면 골고루 묻혀서 좋다.

 

계란 2개를 소금 한 꼬집 넣고 잘 풀어 밀가루 옷 입힌 가지에 묻혀 전을 부쳤다.

 

이렇게 올해의 농산물로 남편이 좋아하는 60년대 밑반찬을 여러가지 만들었다.

사실 이 재료들을 가지고 현대 음식이나 퓨전 음식 만들기로는 적당하지 않지만

딱히 할만한 음식도 없고 간혹 유튜브 보거나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는 글을 보고

반찬을 만들면 남편이 썩 좋아하지 않으니 이렇게 옛날에 먹던 반찬을 할 수밖에 없다.

한동안 밑반찬이 있으니 국이나 찌개만 준비하면 나도 편하기는 하다.

이 반찬들은 하루에 다 만든 게 아니고 그때그때 뽑는 날 만든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