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손주들이 뿌리를 찾아서....( 11월 13일,)

쉰세대 2022. 11. 29. 23:06

오늘은 묘사 이틀째 되는 날이다.
고향집이 협소하고 불편해서 아이들은 숙소를 따로 정해서 자고
이른 아침에 다시 왔다.
우리 식구가 나를 포함해서 10명이고 형님과 조카 식구들이 모두 모이니
15명이다.
아침 식사를 오는 순서대로 먹었는데
빈집으로 있기에 준비해 간 음식 재료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니 정신이 없다.

일기예보에 토요일과 일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에 마음을 졸였는데
늦은 밤 비 오는 소리에 내일 행사 치를 일을 걱정 하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그치고 동쪽 하늘에 해가 떠오르고 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동안 경남지방에 오랜 가뭄으로 농민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밤사이 내린 비로 가뭄이 해소되고 먼지도 재웠다.

남편 생가 마루에서 본 일출....

큰댁 사랑채...

큰댁 광, ( 창고,)
광의 벽 두께가 거의 50cm가 넘는다.

큰댁 안채.
이 집도 평소에는 비워두고 있는데
빨간 옷을 입은 남자분이 관리를 하고 있다.

옛날에는 윗대 산소에서 묘사를 드릴 때는 음식을 가지고 일일이 산소로 찾아갔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은 바쁘고 우리 대는 연세가 있어 힘들어
대청마루에서 제를 지내고 산소를 찾아간다.
대청마루가 좁도록 제관이 많아 다 절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시댁에서는 9대조까지 묘사를 지낸다.

윗대 산소에서 작은 아들이 질문을 하고
아이의 6촌 형이 답하고 있다.

산소에서 내려다본 풍경.

처음으로 윗대 산소에 간 며느리와 손주들이 절을 하고 있다.

옛날에 명당을 찾아 높은 산에 있던 산소를
작년 5월에 이곳으로 모두 이장하는 작업을 하여
찾아오기가 편하다.
큰집 종손이 이렇게 해두어야 나중에 아이들이 쉽게 찾아올 수가 있다며
할아버지께서 따로 물려주신 유산으로 대공사를 하였다.

산소를 이장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게
한글로 표기를 했다.

산소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정자.
이쪽은 쪽문.

연천정 ( 淵 泉 亭 ),
이곳은 시 백부님과 시아버님께서 학문을 닦으시고
후학에게 공부를 가르치신 곳이다.
서당처럼 어린아이들을 가르친 게 아니고
선비님들이 모여 시도 짓고 글도 쓰신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종손인 사촌 시동생.

연청정 뒤로는 대나무가 울창하고
마당에는 연못도 있다.
연못이 오래되어 물이 새어나가니 시동생이 시멘트로 방수를 하였다.

내가 결혼한 후에도 이곳에서 아버님의 후학들이 음력 3월 20일에
스승님 ( 나의 시아버님과 시백부님 )을 기리는 행사를 하였다.
그때는 두루마기를 입은 어르신들이 많이 오셨는데
지금은 다 돌아가시고 그런 행사도 안 한다.

모두 모여 기념 촬영도 하고

작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 산소.
산소에 잔디가 잘 살고 있어 다행이다.
왼쪽은 오래전에 돌아가신 시아버님 산소.
준비해 간 약간의 제수를 올려놓고 인사를 드린다.
"어머니, 그곳에서는 편히 계시는지요,
아버님은 만나셨는지요?"
어머님께서 돌아가실 무렵 " 내가 죽어 저승에 가면 왜 일찍 먼저 가셨냐"라고
물어보시겠다고 하셨다.

술잔을 잡은 작은 조카와 술을 따르는 큰아들,
그리고 바라보고 있는 작은 아들,

시할머님께 술을 바치는 큰 며느리,

시할머님께 술을 바치는 작은 며느리,

증손자 대표로 술을 올리는 증손자, 상헌이.

증손주들이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처음으로 인사를 올리고 있다.

18년 전에 돌아가신 시숙님 산소.
남편 산소에 절하고 있는 모습을 사진을 찍고 있는 나의 동서 형님.

식구들이 많으니 점심을 집에서 준비할 수가 없어
산골식당을 예약해두었다.

시골치고는 상차림이 정갈하고 잘 차려져 있다.
가운데 빈 곳은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나왔다.

식사는 흰쌀밥과 다슬기 국이 나왔다.
다슬기가 제법 많이 들어있었는데 사진에는 모두 잠수해버려 한 마리도 안 보이네.
다슬기 국이 시원하다며 사촌 동서는 따로 구입해 가지고 갔다.

마을 건너편에 있는 시숙부님 산소와 시숙부님의 가족 산소.
요즘은 봉분을 하지 않고 이렇게 하는 게 관리하기도 쉽고
보기도 좋다며 남편이 우리도 훗날 이렇게 하려고 한다.

행사가 끝난 오후 가족 모두 황매산으로 억새 만나러 갔다.

황매산은 바람이 많이 불어 억새의 흰꽃은 다 날아가버리고 한송이도 없다.

오랜만에 왔더니 철쭉 제단을 옮겨놓았다.

처음 온 아이들에게 멋진 억새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맑은 공기와 탁 트인 시야에 감탄을 한다.

황매산은 봄에는 철쭉꽃으로 유명하고
가을에는 끝없이 펼쳐 나부끼는 억새가 유명하다.

얼마 후면 이 억새도 내년에 새로운 역새를 위해 모두 자른다.

황매산을 등산객들은 묘산재로 오른다.
묘산재의 바위와 경치가 등산객들이 모두 감탄하는 곳이다.

아이들은 황매산에서 모두 서울로 떠나고
우리는 남편의 친구 집으로 갔다.
이 친구분은 서울 석관동에 사셨는데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신다.

친구 집 입구와 마당에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친구의 부인은 서울에서 이곳으로 오가며 생활하는데
부인이 오면 그네를 타며 쉬어라고 만들어 놓은 그네이다.
모과나무 아래 떨어진 모과들....
부인은 치과에 가기 위해 서울로 가고 남편 친구 혼자 계신다.

남편의 친구와 방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누가 찾아왔다.
찾아온 사람이 모과 몇 개를 주어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남편의 친구분이 승낙을 했다.
한참 후 그 사람이 가겠다고 인사를 하니 집주인이 들어와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하니 그 사람의 부인과 딸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집주인이 타 주는 커피를 마시고 인사를 하고 차를 타고 간 뒤
우리도 가려고 나오니 나무에 달린 모과까지 다 따 가지고 갔다.
남편의 친구분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며칠 후 지인이 모과를 가지러 온다고 했는데
나무에 모과가 없으니 난색을 짓는다.
정말 웃기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떨어진 거 몇 개 주워가도 되느냐고 물어놓고는
나무에 달린 모과를 꼭대기 몇개 딸 수 없는 거만 까치밥처럼 남겨놓고
다 따서 가져가버렸다.
보는 순간 내가 화가 난다.

친구 집에서 내려오는데 어느덧 해가 서산에 넘어가고
억새가 석양을 받으며 흰머리를 나부끼고 있다.
황매산의 억새도 이렇게 있을 줄 알았다.

모두들 다 각자 집으로 떠나고 우리는 뒷정리도 하고
남편이 모처럼 친구도 만나기 위해 하루 더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