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동생네 과수원에 불이 나다.

쉰세대 2020. 2. 20. 13:42

 

 

 

"초록 밴드 사항을 공유합니다...

 

~당분간 주스만 판매합니다~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일욜 밤 8시 50분 경 생활비품을 주로 적재한 창고(비닐하우스)에서 발화하여 옆의 작은 공구 보관소를 거쳐 각종 농기구와 농자재, 택배용 포장재가 보관되어 있는 자재 창고를 태우고 저온 창고로 옮겨붙다 출동한 119와 의용소방대에 의해 불길이 잡혔습니다.

그 와중에 불이 인근 산으로 번지고, 집도 외벽이 열기에 녹아내리는 다급한 위기까지 갔지만 청송군 산불진화대의 헌신적이고 철저한 소화 활동에 의해 밤 12시가 넘어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날은 정신없었지만 이튿날 차분히 보니 기가 막히네요. 젊은 시절부터 집사람과 함께 짬짬이 그려 보관하고 있던 수십 점의 그림과 택배용 상자, 비축해둔 비료와 퇴비, 부직포, 반사필름, 각종 수공구와 전동공구, 약 살포기, 예초기, 엔진톱, 담가둔 각종 엑기스 등 창고 내 모든 것이 완전히 재로 변했으니...

앞으로 농사의 단계마다 사야 된다는 사실도 기막히지만 그보다 저 많은 타고 남은 잔재를 치우는 게 더 걱정입니다.

고맙게도 면에서 포클레인을 지원해주고 농협에서 위로금도 주고 이웃 주민은 쌀도 갖다주고 가네요.

다행인 것은 거주하는 집과 사과와 주스를 보관하는 저온 창고가 큰 피해 없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한다는 사실.

이는 조심조심 살아라 그러면 먹고 자게는 해주겠다는 하늘의 뜻 같습니다.

 

이제는 피해 복구에 주력해야 하므로 당분간 주스만 판매합니다. 주스는 박스에 담기만 하면 되지만 사과는 팔 때마다 항상 선별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럴 여유가 없네요.

이점 양해 바라며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지난 화요일 (2월 11 일 ) 청송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는 동생이 가족단체방에

불이 타는 사진 3장과 장문의 글이 올랴왔다.

내용을 읽기전에 시골에 있어니 며칠전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를 크게도하네 하고

글을 읽어보니 동생네 과수원에 화재가 났단다.

놀라 전화를 하니 괜찮다고 안심을 시키는데 얼마나 놀랐을까?

불이 난 피해상황도 보고 뒷정리할게있어면 도울려고 청송으로 내려갈려니

수요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올거라는 예보가 있다.

먼길이기도 하고 가는길이 편하지만 않기에 목요일에 나서기로 했다.



청송가는 도중에 들린 충주휴개소.

이곳에도 사과가 많이 나니까 휴개소앞에 사과 조형물을 재미나게 만들어 두었다.





어느듯 안동시를 진입하고 있다.





안동을 지나는데 시간이 늦은 점심시간이 되었다.

안동하면 안동찜닭이 유명하기에 찜닭을 먹기위해 안동 구시장을 찾아갔다.

안동 구시장 주차장에 안내도가 붙어있다.

찜닭이 유명하니까 찜닭가게는 붉은색으로 표시를 해놓았다.




이곳 시장은 찜닭집 집집마다 TV에 출연한 사진과 다녀간 유명인사들 사진이 도배가 되어있다.

우린 밀레니엄 안동찜닭집으로...





우린 대를 시켜 일부는 우리가 먹고 일부는 포장을 주문했더니

우리 두사람 먹을만큼만 조리하고 나머지는 포장을 해 주었다.




 

청송군으로 들어왔다.


 

 

과수원에 도착하니 사진에 본 그대로이다.

다행히 정말 다행이도 사람이 다치지않고 저장창고와 살림집이 타지않아서

그나마 마음이 진정이 된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비닐하우스와 폭삭 주저앉은 창고...

이 비닐하우스와 창고에는 돈으로 환산할수없는 온갖 물건들이 콱 차있었는데....


 

녹아 내린 외벽.

안쪽에 도 벽이 있어 밖에 불이나도 안보인다.

이게 만일 불에 타는 물질이었어면 집이 탔을수도 있었겠다 싶다.

이곳이 유일하게 밖으로 나오는 통로인데...


 

식수 저장탱크에 올라가는 호수도 열기에 녹아 물이 나오지않아

동생이 임시로 연결했고

뒷산에도 불길이 올라갔는데 그날은 바람이 불지않고 산에도 소나무가 아니고

침엽수들이라 많이 번지지않았다고한다.

이것도 다행이다.

 

구정대목에 주문상품 택배발송 다하고 올케는 팔목을 무리하게 많이 사용해서

팔이 아파 서울집으로 올라와서 병원치료하러 다니고

동생은 개들도 돌보고 설날아침 부모님 산소에 갔다가 서울집으로 와 있다가

며칠전 혼자 청송으로 내려와 있었는데

불이 난 그날도 좀 멀리 떨어진 멘토댁에 품앗이 하고 집에와서 샤워를 하는데

폭팔음이 들려도 사냥꾼들이 멧돼지 사냥하는 총소리인줄 알았는데

다시 폭팔음이 나서 문을 열어보니 창고가 불타고 있었다고 한다.

119 신고하니 금방 의용소방대원들이 와서 큰 농기구들을 꺼내주고 일사분란하게진압을 하였는데

 워낙 산속이고 길이 좁아 소방차는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청송군수도 오시고 군의원들도 오고 이웃에서도 박카스를 사가지고 와서

수고하신 소방대원들 격려도 하였단다.

불은 3시간 넘어 다 잡았다고 한다.

혼자서 얼마나 놀랐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폭팔음이 난건 창고에 있던 휴대용 부탄가스가 폭팔하면서 난 소리인데

이 소리를 듣고 나왔어니 부탄가스가 동생을 구하기도 하고 피해도 줄였단다.

담날 일찍 올케가 부랴부랴 내려오고....

원래는 팔목 치료와 칫과치료를 위해 몆주 더 있기로했는데 병원예약 모두 취소하고 내려왔다.

 

 

 

토요일 아침,

정리를 위한 중장비와 인부가 도착을 하고....


 



 

 

 

이런 중장비가 없어면 사람의 힘으로는 할수가 없을것 같다.

환경업체에서 오신 젊은분들이 손으로 할건 손으로 하고.

 

 

 








이 비닐하우스는 재활용을 하기위해 작은 장비가 와서 한다.



물저장탱크에 올라가는 호수를 제대로 하기위해 동생과 친구들이

열심히 손보고있다,

화재소식을 듣고 동생친구부부들이 와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말짱하게 정리가 된 현장...

사람이 했어면 여러사람들이 몇날을 했어야 하는일을 기계가 하니 한나절로 끝이 났다.



일이 끝나고 중장비를 트럭에 실고있다.


화재는 전기콘서트에서 발화되었다고 국과수에서 판단을 하고

피해액은 소방서 추산 천만원이라고 티비 YTN뉴스에 나왔다고 한다.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침이 없는 불조심인데 사용하지않는 창고에서 불이 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모든게 일단락되고 마음의 여유를 찾고보니

이만한게 정말 다행이다.

이 불이 나기 며칠전 동생도 서울에 있어 완전히 빈집이었는데

그때 불이 났어면 완전 소실이 되었을것이고

동생이 멘토댁에서 뉴스 다 보고 천천히 놀다왔어면 또한 다 탔을것이고

부탄가스통이 폭팔하지않았어면 소리가 나지않았어니 밖을 내다보지도 않았을것이고

바람이 불어 산으로 옮겨붙지않았어니 또 다행이고

만일 바람이 집쪽으로 불어 녹아내린 외벽옆에 장작더미도 있었는데

집에 불이 붙었다면 그곳이 유일한 통로인에 동생이 빠져나오지 못했을것 같고

창문은 방범창살이 있어 탈출이 쉽지않아 유독가스를 마셨어면

어찌할뻔 했나 생각하니 아찔하다.

이 모든게 동생내외가 선한게 살아온 덕분인것 같고

안보이는 여럿곳에서 도와준것같다.

이 모든것에 감사드리고

더 잘살아야겠다고 동생과 우리모두 다짐을 하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