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가는 안양천은 갈 때마다 조금씩 알게 모르게 모습이 변한다.
그래서 갈 때마다 예쁘거나 새로운 게 있으면 폰을 꺼낸다.
아니 폰을 꺼내는게 아니고 손에 항상 들고 다니기에 폰을 카메라 모드로 연다.
하루에 찍은 게 아니고 수시로 찍어 모아 올리기에
날씨가 좋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고 비 오는 날도 함께 올린다.
우리 집에서 안양천으로 가려면 목동 아파트 4단지로 가면 시간이 훨씬 절약이 된다.
7월 10일 ,
이때 서울은 엄청 더웠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는데 하얀 꽃 봉오리가 보인다.
3일 후 다시 지나가는데 나무에 하얀 꽃이 만발하여
멀리서도 잘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하얀 목련 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신기해하며 사진도 찍고 한 마디씩 한다.
이렇게 무더운 한 여름에 봄꽃이 무더기로 피다니....
분명 봄에 꽃이 핀 걸 봤는데...
그리고 5일 후 다시 지나갔는데 꽃이 한 송이도 안 보인다.
떨어진 흔적도 없고....
나무에서 다 말랐나보다.
참 이상하다.
배롱나무 꽃이 지천으로 피어 눈을 즐겁게 한다.
오목교 아래 열매가 다닥다닥 열려있다.
신기하게도 색이 빨간색이다.
열매가 처음부터 빨간색이다.
난 꽃 사과인 줄 알았는데 아파트 단지에 있는 꽃 사과는 초록 색인데
이 열매는 사과가 아닌가.????.
부용화도 피기 시작하고
비가 조금씩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다시 안양천으로 갔다.
열매에 빗방울이 맺혀 더 예쁘다.
그리고 열매도 많이 컸다.
무궁화도 비에 젖어 약간 쳐졌지만 더 싱싱하고 선명하다.
이때는 7월 초순이라 무궁화 꽃 봉오리는 많은데
꽃은 몇 송이 피지 않았다.
이곳의 능소화는 타고 올라갈 곳이 없어 주저앉아 피어있다.
맨 발 황톳길 옆 개망초가 흩트려지게 피어있다.
벚나무 길이 완전 터널이다.
근처 월* 중학교 육상부 학생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100m 달리기 연습을 한다.
손기정 선수처럼 세계에 우뚝 설 기대주 들이다.
땀 흘리며 연습하는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피리를 연주하시는 분.
방해가 될까 봐 멀리서 줌으로 찍었다.
7월 17일의 모습.
이때는 7월 15일 비가 많이 온 후인데 물이 안양천 자전거 도로 위 까지 올라오고
안양천 옆에 있는 나무들 허리까지 물 지나간 뒤 흔적으로 쓰레기가 걸려있다.
넓은 화단에 백일홍이 피기 시작한다.
며칠 전 큰 비에는 다행히 물이 이곳까지 올라오지 않아 꽃들이 예쁘다.
글을 쓰는 지금은 홍수가 난 후인데 이 꽃밭이 모두 물에 잠겨
이렇게 예쁜 꽃들이 흔적도 없다.
홍수가 휩쓸고 가지 않았으면 지금쯤 오색의 백일홍이 아주 멋질 텐데
많이 아쉽고 아깝다.
이 논도 물에 잠겼을 것이다.
이제 무궁화 꽃이 많이 피었다.
나는 무궁화는 이 색의 꽃이 제일 예쁘다.
7월이 지나고 8월이 시작되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서울과 경기도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려 110년 만에 가장 많이 온 비라고 한다.
도로가 침수되고 지하방에 물이 차서 인명 피해도 생기고
안양천과 한강이 통제가 되었다.
비 온 며칠 후 안양천에 나갔는데 물이 빠지지 않아 천옆으로는 가까이 갈 수가 없고
나무 테크는 잠겨 있고 꽃밭은 황토물에 잠겨있다.
사진을 찍다 생각하니 이렇게 피해가 크고 인명이 희생되었는데
차마 더는 못 찍겠기에 찍지 않았다.
비 피해가 크고 아직 제대로 정리가 안 되었을 거 같아 보면 속상할 거 같아
당분간 안양천에 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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