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양천의 여름,

쉰세대 2022. 8. 25. 23:22

내가 자주 가는 안양천은 갈 때마다 조금씩 알게 모르게 모습이 변한다.

그래서 갈 때마다 예쁘거나 새로운 게 있으면 폰을 꺼낸다.

아니 폰을 꺼내는게 아니고 손에 항상 들고 다니기에 폰을 카메라 모드로 연다.

하루에 찍은 게 아니고 수시로 찍어 모아 올리기에

날씨가 좋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고 비 오는 날도 함께 올린다.

 

우리 집에서 안양천으로 가려면 목동 아파트 4단지로 가면 시간이 훨씬 절약이 된다.

7월 10일 ,

이때 서울은 엄청 더웠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는데 하얀 꽃 봉오리가 보인다.

 

3일 후 다시 지나가는데 나무에 하얀 꽃이 만발하여

멀리서도 잘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하얀 목련 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신기해하며 사진도 찍고 한 마디씩 한다.

이렇게 무더운 한 여름에 봄꽃이 무더기로 피다니....

분명 봄에 꽃이 핀 걸 봤는데...

 

그리고 5일 후 다시 지나갔는데 꽃이 한 송이도 안 보인다.

떨어진 흔적도 없고....

나무에서 다 말랐나보다.

참 이상하다.

 

배롱나무 꽃이 지천으로 피어 눈을 즐겁게 한다.

 

오목교 아래 열매가 다닥다닥 열려있다.

신기하게도 색이 빨간색이다.

열매가 처음부터 빨간색이다.

난 꽃 사과인 줄 알았는데 아파트 단지에 있는 꽃 사과는 초록 색인데

이 열매는 사과가 아닌가.????.

 

부용화도 피기 시작하고

 

 

비가 조금씩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다시 안양천으로 갔다.

열매에 빗방울이 맺혀 더 예쁘다.

그리고 열매도 많이 컸다.

 

무궁화도 비에 젖어 약간 쳐졌지만 더 싱싱하고 선명하다.

 

이때는 7월 초순이라 무궁화 꽃 봉오리는 많은데 

꽃은 몇 송이 피지 않았다.

 

이곳의 능소화는 타고 올라갈 곳이 없어 주저앉아 피어있다.

 

맨 발 황톳길 옆 개망초가 흩트려지게 피어있다.

 

벚나무 길이 완전 터널이다.

 

근처 월* 중학교 육상부 학생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100m 달리기 연습을 한다.

손기정 선수처럼 세계에 우뚝 설 기대주 들이다.

땀 흘리며 연습하는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피리를 연주하시는 분.

방해가 될까 봐 멀리서 줌으로 찍었다.

 

7월 17일의 모습.

이때는 7월 15일 비가 많이 온 후인데 물이 안양천 자전거 도로 위 까지 올라오고

안양천 옆에 있는 나무들 허리까지 물 지나간 뒤 흔적으로 쓰레기가 걸려있다.

 

넓은 화단에 백일홍이 피기 시작한다.

며칠 전 큰 비에는 다행히 물이 이곳까지 올라오지 않아 꽃들이 예쁘다.

 

 글을 쓰는 지금은  홍수가 난 후인데 이 꽃밭이 모두 물에 잠겨

이렇게 예쁜 꽃들이 흔적도 없다.

홍수가 휩쓸고 가지 않았으면 지금쯤 오색의 백일홍이 아주 멋질 텐데

많이 아쉽고 아깝다.

 

 

이 논도 물에 잠겼을 것이다.

 

이제 무궁화 꽃이 많이 피었다.

나는 무궁화는 이 색의 꽃이 제일 예쁘다.

 

 

 

7월이 지나고 8월이 시작되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서울과 경기도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려 110년 만에 가장 많이 온 비라고 한다.

도로가 침수되고 지하방에 물이 차서 인명 피해도 생기고

안양천과 한강이 통제가 되었다.

비 온 며칠 후 안양천에 나갔는데 물이 빠지지 않아 천옆으로는 가까이 갈 수가 없고

 나무 테크는 잠겨 있고 꽃밭은 황토물에 잠겨있다.

사진을 찍다 생각하니 이렇게 피해가 크고 인명이 희생되었는데 

차마 더는 못 찍겠기에 찍지 않았다. 

비 피해가 크고 아직 제대로 정리가 안 되었을 거 같아 보면 속상할 거 같아

당분간 안양천에 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