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친정 어머니의 편지..

쉰세대 2020. 9. 11. 14:12

우연히 오디오 북으로 고혜정 작가님의 "친정엄마"를 들었다.

고혜정 작가님뿐만 아니라 결혼해서 친정엄마와 떨어져 살게 된 여성들의

공통된 딸과 친정엄마의 진솔하고 가감 없는 모녀의 심경이 잘 녹아있고 표현도 잘 되어있다.

 책으로 보는 것보다 남이 읽어주는 오디오 북으로 들으니 눈도 피로하지 않고

뜨개질이나 산책을 할 때도 시간도 절약되고 두 손을 마음대로 쓸 수 있어

편하고 좋아 요즘 오디오 북에 빠져있다.

처음 오디오 북을 듣게 된 동기는 캐나다에서 작가로 활동을 하는 이종 여동생의 오디오 북을 

처음 듣고부터는 아주 재미를 부쳤다.

 

그 오디오 북을 듣고 나니 갑자기 친정어머니가 보고 싶다.

그래서 옛날에 받았던 편지함을 뒤졌다.

이 편지들은 내가 결혼을 해서 서울로 떠나오 고난 후 친정식구들과 친구들이 

보내온 편지들이다.

그때는 전화도 없던 시절이니 오로지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다.

1972년부터 우리 집에 전화가 들어오기 전까지이니 국내 친구들이나 친정식구들은 5년 정도이고

미국 친구가 보낸 것은 약 7년 정도 받은 것 들이다.

 

 

  이 편지는 친정어머니께서 내가 서울 오고 난 후 처음으로 보내주신 편지이다,

어머니께서는 신교육을 받지 않고 어깨너머로 깨치신 글이라 그야말로 언문이다.

나는 이 편지를 받고 반가운 마음보다 그 당시 어떻게 읽어야 할지

한참을 퍼즐 맞추는 식으로 읽었고

나중에는 이 편지를 읽고 또 읽고 한참을 꺼이꺼이 빈방에서 혼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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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편지는 내가 서울로 온후 처음 여름휴가 때 부산 친정에 갔다가 돌아온 후

보내주신 글이다.

손녀 은주를 안고 양정대로 에 서서 지나가는 한진고속버스를 보시며 나를 보시려고 했는데

보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서셨다는 글이다.

내가 잘 도착하였다고 편지를 보냈더니 보시고 답장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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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내가 큰아이 임신을 했을 때 남편이 처갓집에 임신소식을 알리니

어머니께서 기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보내신 편지이다.

태중 아이 걱정과 내가 음식을 못 먹을 것을 걱정하시는 내용이다.

이 편지 받고도 많이 울었다.

입덧으로 힘도 들고 어머니도 보고 싶어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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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내가 큰아들 출산 후 어머니께서 산후조리를 시켜주고 가신 다음

애기 목욕시킬 때 조심하고 외손자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축원하시면서

보내주신 글이다.

부산 가셔도 엉성한 딸이 애 키울 거 생각하시니 영 마음이 안놓여셨나보다..

 

올케언니가 시집을 온 기념으로 찍은 가족사진.

오빠 내외와 큰 동생과 작은 동생,

큰 동생은 수헌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하고 있고

작은 동생은 청송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고 있다.

이때 연세는 50세 이신 것 같다.

 

여름휴가 때 양가 어머님을 모시고 속리산 법주사에 갔다,

이때 마침 법주사에서 기와불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참석하셔서

아주 정성스럽게 자녀들 이름을 한 자 한 자 적고 계신다.

이때 연세는 확실하게 기억을 못 하겠는데

추측해보니 지금 내 나이쯤 되었을 것 같다.

 

 

어머니의 팔순 잔치...

어머니 슬하의 모든 자녀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모여 축하하였다.

친손주, 외손주 모두 모였는데 손주들이 이땐 결혼을 한 명도 안 했다.

 

편지를 읽은 외사촌 동생이 고모님 사진을 한 장 올렸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찾아 수정을 하여 올렸다.

 

나의 어머니는 지금 살아계시면 연세가 99세이시다.

어머니는 35세에 아버지 보내시고 우리 4남매를 키우시느라

여자로서 힘든 가장 노릇을 하셨다.

요즘처럼 여자가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는 때인데

다행히도 바느질 솜씨가 좋아서 한복 바느질을 하시면서 우리를 키우셨는데

그 힘든 생활을 하는 중 오빠가 군입대를 해서 우리는 말할 수 없이 곤궁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오빠가 군 제대를 해서 집안을 이끌어서 조금씩 나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힘든 생활을 하시면서도 워낙 반듯하시고 이웃과 친지들에게도 한결같으셔서

모두들 어머니를 존경도 하면서 어려워도 하였다.

특히 나에게는 너무 엄하시고 무섭게 행동거지를 나무라셨다.

내 앞에서는 웃으시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찌푸리는 얼굴도 안 했는데 그냥 무섭고 어려운 분위기를 만드셨다.

친구들이 너네 어머니 계모냐고 물어볼 지경이었어니...

혹여 딸이 남의 가문으로 시집가서 친정에서 교육 잘못받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더 엄격하셨나 보다.

어려서는 어머니의 힘든 생활에 내가 힘듬을 푸는 대상이었고

내가 커서는 어머니의 의논 상대였었다고 이모님에게 말씀을 하셨다고

 이모님이 나에게 전하는 말을 듣고 어머니에게 내가 그런 존재였는걸 알았다.

어머니는 너무 부지런하셔서 낮잠을 주무시는 걸 본 적이 없다,

우리 집에 오시면 내가 가게에 나가고 없을 때 집안일을 반짝반짝하게 해 놓으시고

 나를 편하게 집안일을 다 해 주셨는데 어렸을 때 나에게 잘못하신걸 이렇게라도 갚는 거라고

말씀도 이모에게 하셨단다.

난 다 잊었는데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묻어두시고 계셨나 보다.

이러신 분이 이렇게 절절한 사연을 보내주시니 얼마나 가슴이 저렸던지...

 

 

이제 어머니가 떠나신지도 11년이 되었는데

이모님과 이종동생들이 모이면 나 보다 자기들이 더 어머니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그리워한다.

나도 어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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