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감 풍년이예요...

쉰세대 2022. 12. 15. 00:10

가을이 되니 시장이나 마트에 주황색 감들이 많이 나왔다.

가을에 감을 보면 외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나의 외갓집은 씨 없는 감, " 반시"가 유명한 청도이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다음 해 추석에 외갓집에 갔는데

외할머니께서 아버지 없는 외손녀가 왔으니 마음이 안쓰러워

나를 잡고 많이 우셨다.

그리고는 밖에 나가시더니 감나무에서 익은 홍시를 따 오셔서 

친손주들 안 볼 때 나에게 몰래 건네주셨다.

외할머니께서 내가 얼마나 안쓰럽고 불쌍하셨을까?

그 당시 시골에 먹을 게 없던 시절이라 홍시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으셨던 

외할머니 마음이 어린 마음에도 참 고마웠다.

나훈아의 "홍시"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외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코끝이 찡하였다.

 그때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홍시였다.

 

오빠의 지인 분이 청도에서 농사를 짓는 분이 계시는데

가을에 고구마를 팔아 드렸더니 고맙다며 감 한 박스를 보내주셨다.

7일 후 개봉하라고 적혀있다.

 

박스를 뜯지 않고 울릉도 다녀와서 뜯어보니 홍시가 되어있다.

 

또 다른 지인이 시댁이 청도인데 해마다 시댁 가서 시부모님을 도와

감을 따서 판매를 하고 택배로 보내기도 한다.

판매하기 좀 어려운 알뜰 감을 한 박스 보내왔다.

 

감 말랭이 만들기 위해 세척하여 껍질을 깎아 4등분으로 잘랐다.

 

남편에게 옥탑방으로 올려다 줄걸 부탁했더니

이렇게 줄 맞추어 잘 늘어 두었네.

옥탑방 창가 햇볕 잘 드는 곳에 늘어놓았다.

 

약 열흘 후 적당히 말랐다.

너무 마르면 딱딱하고 안 마르면 물컹거리고....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여 두고

홍시부터 먼저 먹고 이것은 겨우내 간식으로 먹을 것이다.

 

고향에 갔을 때 삼가 시장에서 이 감을 보고 남편이 사겠다고 해서

집에 감이 많이 있다고 말렸었다.

오는 날 가회 중학교 앞에서 가게를 하시는 남편 친구분 집에서

결국 감을 또 샀다.

 

고향에서 집으로 온 후 이틀 동안 바쁜 일이 있어 감 상자를 못 열어 봤는데

삼일째 되는 날 박스를 열어보니 감 상태가 그냥 먹기는 싫을 정도로 좋지 않다.

 

그래서 감 식초를 만들기 위해

깨끗이 씻어 항아리에 넣었다.

재작년에 담근 감 식초를 올봄에 떴는데 너무 맛있게 잘 되었기에

또다시 감식초를 만들기로 했다.

 

감을 항아리에 넣고 비닐을 덮은 뒤 

이쑤시개로 구멍을 퐁퐁 몇 군데 뚫었다.

공기구멍....

 

비닐 위에 면 보자기를 씌웠다.

그냥 면 보자기를 씌우면 초파리가 생기기 때문에

비닐을 먼저  덮고 구멍을 낸 후 면 보자기를 씌웠다.

 

날짜를 써 부치고 베란다 한쪽에 두고 방치했다가

내 후년에 뜰 예정이다.

올봄에 뜬 거처럼 맛있는 감식초를 기대하면서....